후기는 시험치고 얼마 안 되서 써뒀는데 오늘 합격 결과를 받고 글 올립니다! 시험 준비하시는 분들 모두 화이팅입니다~!
1. 시험 접수 및 대기(사설 多, 시험내용은 아래 2번부터 시작)
약 9시쯤 국립극장에 도착했다. 대극장 앞에 접수처가 있었고 시험순서가 되는 숫자를 뽑았는데 나는 7n번이었다. 이번 시험에서 7n번은 4조였고, 4조는 그날 3시 반이 되어서야 시험장을 나올 수 있었다.
대기실 입구에서 번호에 맞게 휴대폰을 제출한 후 자리를 찾아 앉았다. 자리는 앞, 뒤, 양옆이 모두 비어있어 나름 쾌적하게 앉을 수 있었다. 대기실로 사용된 하늘극장은 원형극장이었기에 다른 사람들을 보기 수월했는데, 서로를 감시하는 느낌도 조금 들었다. 화장실은 수험생들을 위한 야외 간이 화장실(컨테이너)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고, 흡연은 감독관의 통제 하에 주기적으로 진행됐다.
대기실에서 화장실로 가는 길목에 시험 시간표가 있었다. 조별로 시험시간은 50분이었고 10분의 채점시간과 20분의 원복시간이 시험시간 사이 마다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2조의 시험시작 시간이 되어서도 별다른 말이 없었다. 2조의 늦은 이동 후 감독관이 ‘원복 시간이 예정보다 길어져 시간이 딜레이 되고 있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시험 시작 시간이 더 늦어질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감독관들이 점심시간을 반납하며 나는 예정된 시간에 시험을 칠 수 있었다. 물론 대기실의 시험 응시자들은 정상적으로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9시 10분 쯤 대기실에 들어와 2시 20분쯤 시험을 쳤으니 약 5시간 정도의 대기시간 동안 책을 읽었다. 감독관이나 시험 회차에 따라 소설책 등 시험과 무관한 책을 읽지 못 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던 지라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이번엔 소설책을 읽는 것은 따로 상관하지 않았다. 가끔 누가 전공책을 보고 있으면 가방에 넣으라는 주의만 주는 정도였다. 나랑 같은 열에 앉아있던 수험생 한 분은 가방에서 프라모델 박스를 꺼내 조립을 시작했다. 대단하고 똑똑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점심으로는 편의점 샌드위치를 하나 사서 갔다. 빨리 상하지 않고, 소화에 부담되지 않는 것을 고려한 선택이었는다. 그런데 대기실에 오래 있다보니 긴장감이 풀리기도 했고 소화에 부담되지 않는 것만큼 배가 고픈 것도 시험에 좋은 영향은 아닐 것 같아 매점에 갈 사람 있냐는 감독관의 말에 손을 들었다. 결과적으론 잘한 선택이었다. 매점은 하늘극장 입구 바로 옆에 있었다.
소설책 한 권을 다 읽고서야 내가 속한 4조의 순서가 되었다. 짐을 모두 챙겨 달오름극장으로 이동해 약 20분 가량 더 대기를 했다. 그 때가 가장 긴장되는 시간이었다. 걱정과 함께 시험장으로 입장했다.
2. 시험 시작
무대 위에는 세트바텐과 흑막을 이용해 한 평 남짓한 개인 시험 공간이 만들어져 있었다. 테이블 위에 시험 재료와 공구, 필답형 시험지가 올려져 있었으며 안내 방송이 끝난 후 본격적으로 시험이 시작되었다.
시험 재료는 와이어 클립(30ea), 심블(10ea), 섀클(10ea), O링(2ea), L형 달쇠(4ea), 나사못 피스(다량), 전기테이프, 와이어로프, 섬유로프가 있었다. 공구는 육각 렌치 드라이버(복스, 와이어 클립용), 와이어 커터, 전동드릴이 있었다. 그리고 바텐에 도르래 2개가, 바닥에 허벅지 높이의 철봉이 설치되어 있었다.
필답형은 섀클의 사용법에 관한 내용 다섯 가지를 적는 것이었다. 시험이 끝나고 나서 빌레이 핀 매듭에 관한 내용을 적는 유형도 있었다고 들었다. 섀클에 관한 내용은 필기시험을 준비할 때 공부를 했었던 데 반해 빌레이 핀은 제대로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섀클 유형을 받아 천만다행이었다.
나는 우선 실기형 달기 문제에 집중을 하기로 했다. 실기 문제는 약 1자*2자 사이즈의 덧마루를 평행으로 40cm 띄우기였다. 하단 달쇠로 덧마루에 와이어로프를 연결하고, 와이어로프를 도르래에 통과시켜 섬유로프와 연결, 섬유로프를 도르래에 통과시킨 후 바닥에 설치된 빌레이 핀에 빌레이 핀 매듭으로 마무리 지어야 했다. 빌레이 핀 매듭을 몰랐지만 고민할 시간이 없기에 우선 와이어로프 작업부터 시작했다.
와이어로프는 길게 한 줄로 있었어서 직접 재단을 해 잘라야 했다. 이 부분에서 어려웠던 건 와이어로프가 그리 여유롭지 않아 자칫 잘못하면 와이어가 모자랄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달쇠 4개에 각각 연결될 와이어로프 4개, 그 4개의 와이어로프와 O링으로 연결되어 도르래를 통과하고 섬유로프와 이어질 와이어로프 1개. 와이어로프를 총 5개로 잘라야야 했다. 달쇠에 연결될 4개의 와이어로프는 길이가 모두 같아야 했으므로 4개의 와이어로프를 어느정도의 길이로 자르는지가 중요했다. 나는 덧마루의 긴 쪽 길이 보다 조금 길게 와이어를 자르고 같은 길이로 3개를 더 잘랐다. 와이어클립을 양쪽으로 설치하고 사선으로 덧마루 중간에서 만나야 하는 것을 고려한 길이였다. 결과적으로는 조금 빠듯하게 5개의 와이어로프 설치가 가능했다.
시험 중 가장 시간이 많이 소요된 부분은 역시 와이어클립 체결이었다. 5개 와이어의 양쪽을 클립으로 종결지었으니 총 10세트, 30개의 클립을 체결해야 했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겠지만 50분의 시험 시간 중 약 40분 가량을 와이어클립만 만들고 있었던 것 같다. 4개의 와이어 양끝을 클립으로 종결하고 섀클을 이용해 달쇠와 연결했다. 짧은 쪽 2개의 와이어를 섀클 하나에 체결해 와이어가 2개 씩 걸린 섀클 2개를 만들고, 도르래를 통과할 와이어로프를 위한 섀클 1개까지 더해 총 3개의 섀클을 O링에 연결했다. 거기까지 한 후 O링을 손으로 들어 덧마루가 평행으로 잘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해보았다.
나머지 와이어 1개도 추가로 도르래를 통과시킨 후 클립을 만들었고 섬유로프와 연결될 부분에 섀클을 걸었다. 이때 실수를 한 게, 연결 순서를 “와이어로프 – 섀클 – 오링 – 섀클 – 섬유로프” 순으로 하는게 맞았을 것 같은데, 당시 나는 “와이어로프 – 섀클 – 섬유로프” 순으로 연결했었다. 실수를 했다고 생각한 이유는 다른 재료들은 남는 재료 없이 딱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작업을 다 마치고 O링 1개와 섀클 2개만 남아 알게된 실수였는데 수정하기엔 시간이 없어 그냥 나왔다. 다만 저 실수를 제외하고도 남는 섀클 1개는 어디에 써야했던 건지 모르겠다.
와이어클립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그 외의 것들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섀클로 와이어와 연결한 섬유로프를 도르래 통과 후 당겨보니 덧마루가 잘 따라올라왔다. 제공된 의자 다리에 40cm를 마킹하고 빌레이 핀에 섬유로프를 감는데 무게가 생각보다 무거워 애를 먹었다. 참고로 여성 응시자가 무게 때문에 시험에 어려움이 생기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여기서 두 번째 실수. 실수라기보단... 그냥 몰랐다. 빌레이 핀 매듭이 뭔지 몰라 제대로 된 매듭을 하지 못하고 덧마루를 고정할 수 있도록 핀에 로프를 마구 감았다. 그리고 매듭 종결법도 몰라 원줄에 두매듭을 했다. 아쉽긴 하지만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그렇게 달기를 마무리했을 땐 이미 시험 시간이 5분 남았다는 안내 방송이 나온 후였다. 안내 방송은 시험 종료 10분 전, 5분 전, 1분 전에 한 번씩 나왔던 것 같다. 나는 손목시계를 차고 있어 시험장에 시계가 있는지는 확인해보지 않았다.
시험이 약 2분 남았을 때 필답형을 풀기 시작했다. 마음이 급해 글자를 마구 날려 적었다. 5가지 사용법을 모두 적는데 1분이 채 걸리지 않은 것 같다.
1분이 남았다는 방송이 나오고서야 아까 하지 못한 와이어로프 및 섬유로프 마감을 시작했다. 클립 데드엔드의 끝부분을 라이브엔드와 같이 전기테이프로 감고, 섀클에 연결된 섬유로프 고리매듭의 남은 부분도 원줄과 전기테이프로 감았다. 총 11개의 마감을 하는데 1분 안에 다 하지 못할까봐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다 끝내고 약 10초 뒤 시험 종료 방송이 나왔다.
3. 여담
시험이 끝난 후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둔 작업물을 안 보고 나온 게 아쉬웠다. 나의 자리는 하수 끝이었고, 시험장 퇴장문은 상수 끝이었기 때문에 같은 줄에서 시험을 친 사람들의 작업물을 모두 보고 나올 수 있었는데 정신이 없는 통에 바닥만 보고 나왔다. 후에 들어보니 달쇠 4개에 모두 와이어를 연결하고 40cm 띄우기를 성공한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동안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다들 그렇듯 저도 먼저 시험을 쳤던 사람들의 기록을 찾아다녔어요. 여러 사람들이 해마다 남긴 시험의 후기를 보며 도움을 많이 받았긴 했지만 도저히 내용을 알 수 없는 회차도 있었고, 설명이 부족해 이해가 잘 가지 않는 후기도 있더라구요. 그래서 내가 시험을 치고 나서는 최대한 자세히 후기를 남기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제가 쓴 내용이 정석적인 정답이 아닐 수 있고, 분명 설명이 부족한 부분도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앞으로 시험을 치게 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써봤습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